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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우리는 '밀레니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은 이들도, 그 명성만 전해 들은 이들도,
많이 기다렸던 바로 그 작품입니다.

네,
저는 지금 데이비드 핀처의 할리우드판 '밀레니엄'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 계시나요?
스웨덴판 밀레니엄 삼부작이 이미 2009년에 만들어졌었다는 걸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극장에서도 상영중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니 내일 개봉을 앞둔 핀처의 '밀레니엄'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오늘은 원작과 핀처의 '밀레니엄'을 이어주는 또하나의 원작, 스웨덴판 '밀레니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소설이든 영화든 '밀레니엄'의 1부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2부와 3부에 대해서는 따로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테니까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영화 / 감독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각본 니콜라이 아르셀 원작 스티그 라르손 / 스웨덴, 덴마크 (2009)


원작

'밀레니엄'은 스웨덴의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사람이 쓴 소설입니다. 총 3부, 여섯 권 분량이며 그 중 1부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2부와 3부에 본격적으로 펼쳐질 엄청난 이야기들의 프롤로그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1부가 2부와 3부에 비해 시시하다거나 지루하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1부는 사실 프롤로그라는 말이 무색하게 완전히 독립된 완결성을 지닌 이야기이며, 1부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고 엄청난 이야기입니다. 1부를 읽지 않고 2부와 3부를 읽을 순 없지만, 1부만 읽고 2부와 3부는 굳이 이어서 읽지 않아도 될 정도라면 설명이 될까요. (그러나 물론 1부를 읽고나면 2부와 3부를 읽지 않으실 재간은 없으실 겁니다. 장담합니다.)
오늘은 1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드리기로 했지만 조금 더 '밀레니엄' 시리즈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사실 이 소설은 미완성작입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잘 아실 겁니다. 3부작으로 일단락이 되었지만 스티그 라르손은 이 소설을 애초에 10부작으로 계획했다고 합니다. 그런 탓에 3부까지 다 읽고 나서도 뭔가 찜찜하고 다음 편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중요하게 언급되었으나 3부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을 중심으로 새롭게 펼쳐질 이야기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걸 잘 알기에 더더욱 4부가 왜 출간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기다리는 4부는 영원히 출간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구요? 그건...스티그 라르손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부의 집필을 마친 라르손이 전혀 예상치 못한 시점에 급사하는 바람에 '밀레니엄'은 3부에서 멈춰버렸습니다. 라르손의 머릿속에는 이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구상이 가득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라르손과 그의 아내인 에바 가브리엘손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할 이야기가 참 많지만 이 역시 다음 기회에 자세히 말씀드릴 것을 약속하며 얼른 진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듯 합니다. 

원작을 잇는 원작

당연한 말이지만, 스웨덴판 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원작소설의 1부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각색한 영화입니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두 권 분량의 이 긴 소설을 2시간 반이라는 그리 길지않은 시간으로 어떻게 압축해냈을까, 사실 저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더랬습니다. 여태껏 훌륭한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를 만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각색하다보면 원작의 장점들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다행히도 저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고, 기대했던 것보다 제법 좋았거든요.

감독은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원작의 이야기 줄기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고 원작의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들을 충실하게 재연해내는 것이 자신의 소임인 양 철저히 원작에 기대어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지루한 원작의 초반부를 과감하게 쳐내며 제법 효과적으로, 최대한 빨리 사건의 중심으로 관객들을 안내하는 각색과 연출의 묘를 발휘합니다. 방에르家의 복잡한 가계도와 인물들 또한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하고 언급하며 자칫 혼란스럽고 산만해지기 쉬운 초중반부를 긴장감있게 연출해낸 것입니다.
이는 일견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로 대단한 일을 해낸 것입니다. 원작을 읽어보시고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무슨 말씀인지 잘 아실 겁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해당하는 배경설명과 캐릭터 소개가 원작에서는 상당히 장황하고 지루하게 묘사되어 있는것이 사실이거든요. (오죽하면 '밀레니엄'의 광팬들조차 아직 '밀레니엄'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작품을 권하면서 "1권 2/3지점까지만 잘 참으면 진짜, 진짜 죽여! 그러니까 초반에 재미없다고 절대 포기하면 안돼!" 라고 말하겠습니까.) 이런 탓에 특히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은 영화를 보면 크게 만족하실 겁니다. 원작의 복잡한 이야기 중 특별히 설명되지 않거나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별다른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말하면, 소설을 읽은 독자들에게 영화는 조금 아쉬울수도 있다는 뜻도 됩니다. 즉, 원작에 충실했기에 원작의 팬들도 당연히 기뻐해야 마땅할 터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충실한 재연이 원작의 팬들을 실망시키는 요인이 되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다시 쉽게 말씀드리자면, 아쉽게도 감독은 원작의 장점 중 하나만 살리고 둘은 살리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하나란 플롯이고, 둘이란 캐릭터입니다. 수십년 동안 풀리지 않은 방에르가의 어두운 비밀을 파헤쳐 끔찍한 연쇄살인범의 실체를 밝혀내는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너무나 매력적이고 독특한 주인공들, 블룸키스트와 라스베트의 캐릭터가 제대로 살지 못한 것입니다. 정의에 죽고 사는 블룸키스트의 못말리는 바람둥이 기질과 복잡한 여성편력, 연약한듯 강하고 냉정한듯 섬세한 라스베트의 복합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언급하고 설명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만 것입니다. 이는 꼭 주인공들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원작에는 주인공 뿐아니라 에리카, 드라만 아르만스키, 플레이그 같은 주인공을 돕는 주변인물들과 용의자로 의심받는 방에르가 사람들의 캐릭터들까지 아주 생생하게 묘사되는 반면 영화에서는 그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아직 무수히 남은 이야기들을 풀어 헤치기 위해 잠시 잠깐 나타나 기능적으로 소비되고는 재빨리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물론 워낙에 방대한 이야기인지라 플롯만 쫓아가기에도 2시간 반이라는 런닝타임은 짧았을 것입니다. 각 캐릭터들의 개성과 각 캐릭터들간의 관계설명까지 욕심을 냈더라면 영화는 이 정도의 완성도도 담보해내지 못한 채 결국 길을 잃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금 더 과감하게 원작을 비틀고 압축해서 블롬키스트와 라스베트의 관계 묘사에 집중하고 그들 캐릭터에 기인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행동과 결정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켰더라면 원작 못지 않은 에너지와 파급력을 지닌 영화로 완성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남습니다.


그렇기에 내일 개봉할 핀처의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원작은 물론 원작을 잇는 원작인 스웨덴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뛰어넘었을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이렇게 같은 이야기를 소설과 소설에 충실한 영화 그리고 소설과는 조금 다르리라 예상되는 또다른 버전의 영화라는 세가지 버전으로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건, '밀레니엄'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분명 커다란 축복일 터입니다. 저 역시 '밀레니엄'의 열렬한 팬으로써 다가올 내일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중입니다. 오늘 못다한 이야기는 핀처의 '여자를 증오한 남자'을 보고나서 마저 해드릴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순서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만은, 원작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원작을, 스웨덴판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영화를 미리 챙겨보시고 핀처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무려나 '밀레니엄'을 '읽고', '보고', '또 보는' 그 행복을 마음껏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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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지호
    2012/01/16 17:51 [Edit/Del] [Reply]
    4부 쓰다가 작가 죽은건데 같이 소설쓰던 작가 애인이 4부 완성시킨대요 제목은 '신의 복수'(가제)라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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